[황광우 칼럼]광주학생독립운동 기념식이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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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광우 칼럼]광주학생독립운동 기념식이 부끄럽다
  • 입력 : 2020. 10.29(목) 10:10
황광우 작가
며칠이 지나면 91주년 광주학생독립운동 기념일이 온다. 작년엔 이낙연 전 총리가 기념식에 와 연설을 했는데, 올 해엔 또 누가 와서 연설을 할까? “우리는 피끓는 학생이다. 오직 바른 길만이 우리의 생명이다.” 어려서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탑의 비문을 암송하며 자랐으나, 뒤늦게 탑의 주역들이 겪은 민족사의 비극을 직접 알게 되니 부끄럽기만 하다.

역사의 진실을 알면 알수록 부끄럽기만 하다. 광주가 의향인 것은 1929년 광주학생독립운동과 1980년 오월의 민중항쟁이 모두 이곳 빛고을을 중심으로 전개된 까닭이다. 일제 치하의 독립 운동과 독재 치하의 민주화 운동을 이끈 광주이건만, 대한민국은 아직도 광주학생독립운동의 주역들에 대해 정당한 예우를 외면하고 있으니 광주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것이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그리하여 우리는 광주 시민으로서 제 할 일을 하기로 손을 걷어붙였다. 올 5월 27일 광주학생독립운동을 이끈 장재성 선생의 기념회를 창립하였고, 이어 광주학생독립운동의 주역 73인의 서훈요청서를 보훈청에 제출하였다. 7월 5일엔 장재성 선생의 서거 70주년 추모제를 올렸다. 그 날은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지난 9월에는 《무등의 빛》(심미안)을 출간하였다. 광주학생독립운동을 이끈 16인의 글과 민주화운동을 이끈 광주 젊은이 17인의 글을 묶어 출간하였다. 광주서중·일고 개교 기념 100주년 행사의 일환으로 출간한 책이기에 광주서중·일고 동문들을 중심으로 편찬하였다. 지난 20세기 한국의 독립과 민주를 이끈 주역들 33인의 얼굴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어 좋았다. 나라의 독립과 민주를 위해 희생한 광주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 《무등의 빛》은 비단 광주서중·일고의 자랑일 뿐만 아니라 빛고을의 자랑이기도 하였다.

오는 10월 30일엔 광주학생독립운동역사관에서 장재성 선생의 흉상 제막식을 가질 것이다. 우리는 선생의 흉상 뒷면에 이런 글귀를 새겨 넣었다.

“빼앗긴 나라, 노예로는 살 수 없었노라. 여기 당신의 얼을 새기나니, 선생이여, 무등의 빛이여, 길이 빛나시라.“

오는 11월 3일 91주년 광주학생독립운동 기념행사엔 가고 싶지 않다. 대신 이 글을 올린다. 김범수, 이기홍, 정해두... 선생들은 나라의 독립을 위해 청춘을 바친 분들이다. 그런데 국가보훈처는 선생들을 친일파의 범주로 분류하고 있다. 참으로 애가 터지는 일이다.

장재성, 김승일, 윤가현... 선생들은 나라의 독립을 위해 청춘을 바친 분들이다. 그런데 국가보훈처는 행방불명이라는 이유로 서훈을 거부하고 있다. 독립 유공자를 찾아 서훈하라고 만들어놓은 국가보훈처가 독립유공자를 발굴하여 서훈을 요청하는데도 ‘심사비대상’이라는 빗장을 잠궈 버리고 있다. 이게 우리의 국가보훈처이다.

송홍, 최상현, 윤윤기... 선생들은 일제 강점기 이곳의 청소년들에게 민족정신을 불어넣기 위해 혼신을 다 바친 분들이다. 광주의 어른이었고, 사실상 광주 정신이다. 대통령은 광주정신을 헌법 전문에 넣겠다고 하였는데, 국가보훈처는 광주정신의 현현(顯現)을 거들떠도 보지 않고 있다.

우리는 민족반역자들을 처단하지 못한 뼈아픈 역사를 갖고 있다. 이들 민족반역자들이 이승만과 손잡고 대한민국의 정치를 분탕질하였고, 박정희 밑에서 독재의 하수인 역할을 한 것이 지난 우리의 현대사이다. 독립투사들에게 서훈을 거부하는 국가보훈처, 독립투사에게 친일의 딱지를 붙이길 좋아하는 국가보훈처, 해방 후 행적이 불명하다는 이유로 서훈을 거부하는 국가보훈처, 도대체 어느 나라를 보위하는 국가보훈처인가? 오는 11월 3일 기념식장 앞에 나가 1인 시위라도 하고 싶건만, 올 해엔 침묵하고 싶다.

황광우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