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웅인 / 삼성한의원 원장

朴判書密陽見訪
박판서밀양견방

박 판서 밀양(朴判書密陽)이 찾아오다.

- 李穡(이색, 1328 ~ 1396)


吟得新詩懶不傳
음득신시라불전

새 시를 지어도 게을러서 전하지 못했는데

忽驚門外有跫然
홀경문외유공연

놀랍게도 문밖에 발자국 소리 들려왔네

梨花開遍茅亭靜
리화개편모정정

사방 환한 배꽃 속 조용한 모정에서

老婢煎茶汲石泉
로비전다급석천

돌샘의 물 길어 와 노비가 차를 끓였다오

公近七旬猶矍鑠
공근칠순유확삭

공은 칠순이 가까운데 여전히 확삭옹이라면

我今多病似拘攣
아금다병사구련

나는 지금 병이 많아 구련과 같아

天心與奪亦難料
천심여탈역난료

주고 뺏는 하늘의 마음 역시 엿보기 어려워

愧殺宦途先着鞭
괴살환도선착편

벼슬길 먼저 채찍 들어 부끄럽기 그지없네


*확삭옹(矍鑠翁) : 원기 왕성하여 씩씩한 노인을 말한다. 동한(東漢)의 복파장군(伏波將軍) 마원(馬援)이 62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말에 뛰어올라 용맹을 보이자, 한 무제(漢武帝)가 “이 노인이 참으로 씩씩하기도 하다.[矍鑠哉是翁也]”라고 찬탄했던 고사가 전한다. 《後漢書 卷24 馬援列傳》

*구련(拘攣) : 신경이 마비되어 팔다리를 마음대로 쓰지 못하는 병을 말한다.

*벼슬길 ~ 그지없네 : 목은이 먼저 조정에서 현달하여 고관이 된 것이 부끄럽다는 뜻의 겸사이다. 동진(東晉)의 유곤(劉琨)과 조적(祖逖)이 벗으로 지내면서 중원(中原)을 회복할 뜻을 지니고 있었는데, 조적이 조정에 기용되었다는 말을 듣고는 유곤이 “나는 항상 그가 나보다 먼저 채찍을 들게 될까 걱정해 왔다.[常恐祖生先吾着鞭耳]”고 말한 고사에서 유래한 것이다. 《晉書 卷62 劉琨列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