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웅인 / 삼성한의원 원장

和奉散隱
화봉산은

韻을 和合하여 散隱 정희량께 올리다

- 홍언충(洪彦忠, 1473 ~ 1508)


園林紅暗綠生煙
원림홍암녹생연

동산 숲에 붉고 검푸른 안개 피어나니

寂寞幽花伴杜鵑
적막유화반두견

적막하고 그윽한 꽃 두견화와 어우러졌네

多病鴟夷*久疏斥*
다병치이구소척

병이 깊어 술병은 오래도록 멀리하고

聊將茗椀洗春眠
료장명완세춘면

오직 찻 사발로 봄잠을 씻는다네

梨花如雪柳如煙
이화여설유여연

눈 같은 배꽃과 안개 같은 수양버들

收拾春光付怨鵑
수습춘광부원견

봄빛 거두어서 소쩍새에 보낸다네

寂寞萬菴人不到
적막만암인부도

적막한 암자엔 찾는 이 하나 없어

鳥聲驚破午窓眠
조성경파오창면

새소리에 놀라 낮잠에서 깨어나네.


鴟 : 솔개 치, 올뺌이 치
* 鴟夷(치이) : 가죽 주머니로 만든 술 담는 그릇. 호리병
* 疏斥(소척) : 서로의 관계를 멀리하여 물리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