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병화 칼럼] ‘안전사각’ 여수산단의 후진적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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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병화 칼럼] ‘안전사각’ 여수산단의 후진적 단상
  • 입력 : 2022. 02.12(토) 22:47
  • 배진희 기자
배병화 프레스존 발행인/법학박사
노후화, 안전사각지대라는 오명을 떠안은 여수 석유화학산업단지가 생각보다 심각하다.

국가산업단지로 1979년 출발한 지 43년이 됐는데 최근 들어선 거의 해를 거르지 않고 가스폭발 사고가 터지고 있다.

지난 2011년부터 여수산단 안전사고는 116건, 사망자만 33명에 이른다.

이렇게 사고가 잦은 바람에 국가적으로 지역적으로 경제적으로 그 피해는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지난해 12월 13일 여수산단의 작은 업체 이일산업에서 사고가 났다. 그 기억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2월 11일 두 달 만에 또 다시 여천NCC라는 큰 업체에서 폭발 사고가 도졌다.

사망자만 이일산업에서 3명, 여천NCC에서 4명이라는 인명 피해를 내고야 말았다.

사고만 터지면 호들갑

여수산단에서 일어나는 폭발사고 원인과 과정, 피해 양상이 거의 비슷하다. 사고 방지 시설과 작업을 위한 기업들의 시간·비용 축소, 저비용·저효율의 후진적 입찰 과정, 숙련되지 않은 일용직의 위험작업의 투입, 외주업체의 잦은 교체, 위험의 외주화가 초래하는 폭발사고와 일용직 노동자 희생.

비전문가들이 보기에도 다 열거하지 못할 만큼 문제가 적지 않다.

사고가 터지면 사고 원인을 따지고 안전대책을 세운다고 호들갑을 떠는 것 역시 비슷한 모습이다.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소방대원들이 달려가고 사고의 잘잘못을 따지기 위해 경찰들이 뛰어간다. 이어 산업단지를 관장하는 부처, 환경 및 고용 관련 기관, 지자체가 합류해서 공동대책위가 꾸려진다.

물론 이러한 일은 즉각적으로 취해져야 함이 마땅하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해야할 의무가 국가에 있는 까닭에서다. 그 일을 맡거나 그 비슷한 일을 위임받은 기관이라면 언제 어느 곳이라도 함께 해야 한다.

위험시설 방치 언제까지

문제는 그 일의 결과가 매번 신통치 않다는 점이다. 으레 나쁜 결과를 도출하는 일이 반복한다면 당연히 이를 바로 잡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여수석유화학단지의 경우 더욱 나쁜 결과를 내는 꼴이다. 위험시설의 노후화로 화약고 같은 시설들, 거미줄처럼 뒤엉키고도 정확한 위치조차 관리 안되는 파이프라인의 방치, 갖가지 위험요인이 곳곳에 도사리는데도 속절없이 그저 사고만 나지 않기만을 바라는 요행의 기업 문화.

언제까지 이래야 될까. 국가경제력 순위 세계 11위, 국가경쟁력 순위 세계 23위로 선진국 반열에 오른 우리로선 씻을 수 없는 후진적 단상이라 싶다.

지자체도 국가산단 감독을

당장 산업현장의 후진성을 탈피하고 노후화한 석유화학단지의 안전장치를 마련하기 위해선 국가적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여수산단이 국가산단으로 지방자치단체로선 지도·감독할 권한이 없기에 사실상 방관자 입장에 처한 게 사실이다. 사실상 언제 터질지 모를 화약고처럼 위험을 안고 사는 지역, 지역민 입장에서 산단의 고질적 병폐들에 대해 감독하고 조사하고 시정을 요구하기란 불가능했다.

불공정·불평등 입찰 안 돼

다음, 대기업과 위험시설의 외주업체 간 불공정, 불평등 고용 문화를 하루빨리 바로잡아야 한다. 전문가들이 진단하기론 대기업들이 노후시설을 개선하거나, 안전장치를 확보하는 작업에 단지 비용과 시간의 관점에서만 접근한다는 사실이다. 입찰과정에서 돈 적게 드는 하청업체 선정, 이마저도 2년 단위로 바꾸려는 기업의 갑질 행위는 결국 숙련도가 낮은 일용직 의존에 따른 안전사각지대로 귀착된다는 지적이다.

그리고, 이번 여천NCC 제3공장의 폭발사고에서 시사하듯 33년째 사용 중인 열교환기라면 진즉 교체했어야 할 노후설비가 엄존하고 있는 게 의아할 정도다. 노후화한 위험시설이라면 보수에 의존하기보다 일정 기간 사용하면 폐기해 신규 설비를 도입하도록 강제하는 법적, 제도적 장치도 도입해야 할 때라 여긴다.

결론적으로 국가 대책을 촉구하기 위한 지역공동체 차원의 접근이 요구된다.

다행스럽게도 여수상공회의소와 여수광양항만공사, 유관기관 들이 지난달 27일 중대재해특별법과 항만안전특별법 시행을 계기로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나선 모양이다.

광양항, 여수항 중심으로 철강 및 석유화학단지에서 발생할 염려가 있는 시설들에 대한 사전 연구 조사를 실시해 장단기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여수든 광양이든 산단 내 크고 작은 기업들 역시 발상의 전환으로 사전예방 조치를 취해야 한다. 단순히 기업논리, 경제논리에 매몰되는 식의 처방이어선 결코 용납해서는 안 된다.

근본 해결책 국가 나서야

누구 말이 아니라도 노후화한 여수석유화학단지는 안전사고 발생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 이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됨에 따라 사업주에게 안전을 위한 책임과 의무가 강하게 주어졌다. 그런 만큼 서둘러 노후화한 위험시설의 교체는 물론 위험작업 시 고도의 숙련자 투입과 안전수칙을 철저히 지키고 재해를 예방할 조치들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김영록 전남지사도 이 점을 절감했나 보다. 그는 사고 직후 현장을 살펴본 후 "국가산단이지만 지자체도 단속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앙정부와 함께 지자체가 참여해 합동점검을 할 수 있도록 개선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노후 여수국가산단을 산업안전에 최우선을 두고 스마트 산단으로 리모델링 해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관련법을 개정할 필요도 있다"고 제안했다.

말로만 그칠 게 아니라는 생각이다. 실제적이고 실현가능한 방안을 적극 마련하는데 지역의 힘을 모으는 일에 나서야 한다. 이제라도 산업자원부와 전라남도, 여수시, 산업단지, 기업이 총망라한 팀워크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해 안전한 여수산단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프레스존 대표
배진희 기자 news@presszon.kr     배진희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